2025. 3. 9. 20:43ㆍ카테고리 없음
없었다고? 그럴리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급박하게 바닥을 뒤지던 토끼는 거짓말처럼 모든 행동을 멈춘 참이다. 뜯긴 한쪽 귀에서는 유혈이 낭자하고, 난생 처음 겪은 고통은 비명은 커녕 작은 신음만 간신히 알음알음 뱉을 정도로 이질적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설령 거짓이라 해도 물은 엎질러졌고, 이 모든 게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라 해도 피는 이미 뚝뚝 흘리고 있지 않은가.
하여 토이디는, 그는. 보이지 않는 입맛을 다시며 연약한 살점을 천천히 씹었다. 치열 사이를 가득 채우는 살덩어리, 잇몸 새로 베어 나오는 타인의 혈흔, 혀 끝을 감도는 피식자의 공포, 여린 동물이 겨우 고른 차악, 자신의 거짓이 불러온 참담-그러나 이 곳에서 이까짓 일은 참담이라고 불리기엔 형편없었다.-함에 만족감이 아주, 아주 조금 차올랐다. 차올라야 했다.
"아, 아으… 아 … !!"
" …아, 역시 이걸로는 안되겠어."
차오르지 못한 까닭은 단순하게도 그 질량 때문이다. 소박하기 그지 없는 오른쪽 귀는 토이디의 뱃속을 온전히 채우기에는 턱없는 양이었던지라. 뜬금 없는 소리에 베니의 몸이 한번 더 떨린다. 뭐가 안된다는 건가? 지금 막 제 신체를 집어 삼킨 참인데도 부족하다고? 겨우 물건 하나 찾지 못했다며, 이 곳에 없는 것 같다며 그 대가로 지시한 것이 말도 안되는 잔혹함임에도 이 또한 모자라 무언갈 더 요구한다고? 투명한 몸체 내에서 잘근잘근 씹히는 귀는 붉은 살점을 터트리며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물건으로 차례차례 짓씹히고, 또 으깨지던 참이었다. 방금까지 온전했던 귀가, 방금까지 나에게 있었던 그 신체가…….
"아무래도 환자의 나약해 빠진 성질 머리는 좀 고쳐줄 필요가 있겠군."
까놓고 말해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뒤틀린 헌신과 배려가 있다면 그 또한 아니겠지.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못 다 충족한 욕망을 위해서가 맞다. 서술된 사항은 부가적인 내용일 뿐, 결과적으로 선인에 속하는 인물은 결단코 아니니까. 품아귀에서 벗어난 베니에게 뻗는 손, 수갑, 잘그락거리는 쇳소리는 일종의 신호탄이었다. 첫만남을 엉뚱하고 상상 이상으로 최악의 방향으로 끌어내는, 아주 최악의 신호탄.
질척하고 축축한 입가에 닿는 부드러운 고기, 아니 신체. 얄팍한 신뢰 관계마저 무너진 이 北-149지역에서 타인을 믿는 것처럼 무능하고 하등 쓸모 없는 개념이 또 있으랴. 작디 작은 육체에 겨우 달려 있는 덩어리는 욕망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하여 파생된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지사,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의 죄를 알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변명이다.
여러 갈래로 찢어진 입은 울음에 젖어 간이 잘 배인 토끼를 구강 내로 쑤셔 넣었다. 촘촘하게 자란 치아가 탄력있는 육질을 한가득 베어 문다. 남의 감정은 바닥에 까는 것이 기본 예의요, 처신을 바꿔 생각하지 않는 것은 윤리성이 결여된 자의 태생적인 한계다. 꽉 다문 입은 터져나오는 육즙을 집어 삼키며 그 비릿하고도 황홀한 식감을 되새김질한다. 머리, 목, 가슴, 배, 장기까지! 몸부림치는 아주 작은 저항, 가느다랗고 여린 뼈의 골절, 곧 사그라들 잇새로 새어나오는 비명과 거짓으로 쟁취한 최후에 대한 배덕감까지도! 깨달아라, 이것이 이 곳의 현실임을. 죄책과 절망은 한 철의 감정일 뿐, 생물체라면 응당 있어야 할 적응력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계속 살아가라.

그게 전부다. 고작 그것이 이 자기중심적인 식사의 전부였으며, 단순하고도 명쾌하기 그지없는 위선적인 치료의 전말이다.